(일본 나고야 무역관) 일본 전력산업 투자 환경 변화: 축전지가 이끄는 에너지 전환의 물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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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PIA/ 작성일: 25-07-04 09:04 | |||
일본 전력 산업은 현재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하는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함과 동시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계통용 축전지 사업이 이러한 변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과 민간 기업들의 투자가 상호 연계돼 일본 전력 산업의 시장 구도를 바꾸고 있다.
일본 전력사업 투자 확대의 배경: 재생에너지 확산과 안정적 전력망 구축의 중요성
최근 일본에서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생산 옵션이 확대된 것은 큰 장점이지만, 새로운 과제 또한 발생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특성상 햇빛이 강하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전기가 많이 생산되지만, 날씨가 흐리거나 바람이 없으면 발전량이 크게 줄어든다. 이처럼 변동성이 큰 발전량으로 인해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전력 생산량이 일정치를 초과해 전력망이 불안정해질 때는 ‘출력 제어’를 시행하기도 한다. 출력 제어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력망의 수용 능력을 초과할 때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발전량을 인위적으로 줄이거나 멈추는 조치를 말한다. 예를 들어, 규슈 지역에서는 2023년부터 이러한 출력 제어가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2025년 단기 전망에 따르면 규슈의 출력 제어 비율은 약 6%에 달한다. 즉 태양광 등을 통해 생산된 재생에너지 일부가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2024년 4월에는 일본 송배전 9개사의 전력 조정력 구매 비용이 두 배로 증가해 136억 엔에 이르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남는 전기를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방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계통용 축전지다. 송전망에 직접 연결된 이 축전지는 전력 생산량이 많고 가격이 낮을 때 전기를 저장하고, 전력 수요가 증가하거나 가격이 높을 때 다시 전력망에 공급한다. 이를 통해 전력 수급 균형을 맞추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낭비 없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은 활발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계통용 축전지 도입량을 2023년 대비 6배 늘려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에너지 기본 계획에서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전체 전력량의 40~5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약 24기가와트시(GWh)에 달하는 계통용 축전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전력사업 투자 활성화 정책: 시장 변화와 새로운 기회
일본 정부는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가 전력 거래 시장의 개편이다. 2020년에는 ‘용량 시장’이 출범했다. 용량 시장은 미래의 전력 공급 능력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시장으로,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시점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발전소나 설비의 용량에 대해 보상하는 제도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전력 공급의 지속가능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2021년에는 전력 수급 과잉 시 전력을 거래하는 ‘수급 조정 시장’이 출범했다. 이들 시장은 전력 공급 안정성을 제고하고 새로운 사업자가 전력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전기사업법이 개정돼 대형 축전지를 송배전망에 직접 연결해 전기를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민간 기업들의 축전지 사업 진출이 증가했다. 2023년에는 용량 시장의 일부로 재생에너지 전력만을 거래하는 ‘장기 탈탄소 전원 입찰제도’가 도입됐다. 이 제도 하에서 낙찰받을 경우, 20년 동안 발전소 건설비·운영비와 일정 수준의 수익이 보장된다. 재생에너지는 발전량 변동성이 커 사업 예측이 어렵고 은행 융자를 받기 어려웠으나, 이 입찰제도를 통해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되면서 투자가 활발해졌다.
이 외에도 전력 시장에는 FIP(Feed-in Premium)와 같은 제도가 있다. FIP는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시장 가격에 일정 금액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또한, 임밸런스 요금도 있는데, 이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예측치와 실제 발전량 간 차이가 발생할 때 부과된다. 이러한 다양한 제도들이 일본 전력 시장의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 전력사업 주요 기업들의 투자 동향: 재생에너지 확산의 주역들
① 레노바(Renova)
재생에너지 개발 전문 기업인 레노바는 2030년까지 일본 국내 축전소 개발에 최대 2000억 엔을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로 발전소 건설에 가장 적합한 부지를 찾아내고, 시설 시공·운영·전력 시장 거래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이 회사의 강점이다. 레노바는 현재 일본 전국에서 풍력, 바이오매스(Biomass) 등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하는 발전소를 시공 및 운영 중이며, 이러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축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임할 계획이다.
레노바는 이미 2024년 4월 제1회 ‘장기 탈탄소 전원 입찰제도’에서 전체 전력량의 3분의 1을 확보했으며, 2025년 4월 제2회 입찰제도에서도 높은 전력량을 낙찰받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효고현 히메지시에서도 축전소를 개발 중이며, 향후 3곳의 축전소에서 총출력 약 23만 킬로와트(kW) 규모로 2028년까지 운전을 개시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2030년대 초반까지 현재의 약 4배인 100만 킬로와트(kW) 규모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레노바는 기존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메가솔라) 개발에서 축전지 사업으로 성장 축을 전환하는 전략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레노바가 운영 중인 풍력 발전소와 바이오매스(Biomass) 발전소> [자료: 레노바]
② TMEIC (Toshiba Mitsubishi-Electric Industrial Systems Corporation)
도시바와 미쓰비시 전기가 공동 출자한 TMEIC는 태양광 발전 개발 분야에서 대형 개발업체인 웨스트 홀딩스와 협력해 축전소를 개발하고 있다. 2026년 내에 20곳의 중규모 축전소를 정비할 계획이며, TMEIC는 자체 생산한 주변 기기·제어 시스템과 중국산 축전지를 통합해 공급하고, 웨스트HD는 부지 확보 및 개발을 담당한다. 완성된 축전소는 발전 사업자(IPP) 등에 판매할 예정이다.
<TMEIC의 축전소 내 축전지> [자료: TMEIC]
③ 오릭스(Orix)
종합 금융 서비스 기업인 오릭스는 시가현에 일본 국내 최대 규모의 축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총 548MWh 규모이며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특히 이 축전소에는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대형 축전지 ‘메가팩(MegaPack)’이 납품될 예정이다. 테슬라 메가팩은 미국 공장에서 직접 수입되며, 오릭스 축전소 사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릭스가 건설 중인 축전소의 구상도> [자료: 오릭스]
④ 휴릭(Hulic)
부동산 대기업 휴릭은 2034년까지 약 1000억 엔을 투자해 전국에 축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우선 2025년 이내에 시즈오카현, 지바현 등 세 곳에 축전소를 정비해 자사가 보유한 사무실·상업 시설 약 250개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9년부터는 여유 전력을 수급 조정 시장에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고, FIP와 같은 보조금 제도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부동산 회사들은 축전소 개발에 필수적인 넓은 부지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고 자금력도 풍부하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전력회사와의 계통 연계 경험과 노하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휴릭 외에도 도큐 부동산, 미쓰이 부동산 등 다른 부동산 대기업들도 계통형 축전소 인프라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휴릭이 정비 중인 축전소(홋카이도)> [자료: 휴릭]
⑤ 간사이 전력(Kansai Electric Power)
간사이 전력은 폐쇄된 오사카 ‘타나가와 발전소’ 부지에 일본 국내 최대 규모의 축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2027년 중 가동될 예정인 이 축전소는 용량이 약 40만 킬로와트시(kWh)에 달하며, 완전히 충전하고 방전할 경우 약 4만6000가구의 하루 전력 소비량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간사이 전력은 일본 정부의 탈탄소 정책 흐름 속에서 화력 발전소 폐쇄로 인해 발생한 기존 발전소 부지를 계통형 축전소 같은 새로운 전력 인프라로 재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카이시 샤프 공장 부지에 KDDI가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며, 이 데이터센터는 필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어서 축전소의 중요성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간사이 전력은 이 외에도 삿포로시에서 축전소 정비를 계획하는 등 총 세 곳의 축전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⑥ 규덴 미래 에너지(Kyuden Mirai Energy)
규슈 전력의 자회사인 규덴 미래 에너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판매량을 2025년 대비 약 15배 증가시켜 400만 킬로와트(kW)를 달성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FIT(고정가격매입제도) 적용 기간이 종료된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발전량 예측치와 실제 발전량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임밸런스 요금을 회피하기 위해 규덴 미래 에너지에 판매를 위탁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규덴 미래 에너지는 규슈 전력의 재생에너지 운영 노하우를 계승해 정확한 발전 계획과 전력 시장 수급 예측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수력 발전 이관이 완료되면 일본에서 유일하게 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수력·지열 등 주요 5대 재생에너지원을 모두 운영하는 사업자가 돼 더욱 강력한 입지를 확보할 전망이다. 나아가 인공지능 기반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국 단위 수급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며, 축전지 사업 지분 매각을 통한 투자비 회수 가속화 등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⑦ 도쿄 가스(Tokyo Gas)
도쿄가스는 2025년 3월 계통용 축전소 운영 서비스를 시작했다. 첫 계약으로 레노바가 개발하는 시즈오카현과 홋카이도 두 곳의 축전소(총 165MW) 운영 업무를 20년 이상 수탁했다. 도쿄가스는 재생에너지 시장 가격을 예측하는 자체 개발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최적의 수익성이 기대되는 시간대에 전력을 충·방전하는 방식으로 축전소를 운영한다. 이는 축전지 설치 자체는 상대적으로 쉽지만,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전문 역량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도쿄가스는 레노바를 시작으로 다른 기업들의 축전지 운영 업무도 적극적으로 수탁할 예정이다.
일본 전력사업 투자 동향의 미래와 과제
일본의 전력 산업은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목표를 지향하며 상당한 규모의 투자와 혁신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기업들은 저렴한 배터리 확보, 효율적인 시장 운영,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과제가 있다.
첫째, 중국산 축전지와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이다. 일본산 축전지는 내구성 등 품질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만, 가격 면에서는 경쟁사 제품 대비 약 1.5~2배 비싸다는 지적이 있다. 장기 탈탄소 전원 입찰제도에서 낙찰받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요소이므로, 일본 내 축전소 수가 증가하더라도 일본산 축전지의 채택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GS 유아사 코퍼레이션이나 TMEIC 같은 기업들은 품질을 강화해 수명을 연장하고, 전반적인 사용 기간의 비용 효율성을 높여 가격 차이를 극복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둘째, 복잡한 전력 시장 제도를 명확히 설계·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에서는 수급 조정 시장의 가격 급등 사례와 같은 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민간 전문가의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전력 산업의 전망은 밝다. 재생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축전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일본은 에너지 독립성을 강화하고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시대에 전력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일본의 노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할 만한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사점
일본의 전력 산업 전환은 단순한 기술 투자를 넘어 안정적인 정책 환경 조성과 유연한 시장 대응이 재생에너지 성공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정부의 장기적인 수익 보장 제도는 민간 투자를 강력히 유인하는 성공적인 전략으로 평가된다. 특히, 복잡한 시장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신속하게 제도를 보완하고 민간 전문가의 지식을 활용하는 태도는 다른 국가들이 벤치마킹할 만한 교훈을 제공한다. 이는 에너지 전환이 기술 개발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민관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일본 시장의 변화는 우리나라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고품질 배터리 생산 기술과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통합·운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안정적인 투자 환경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한국 기업들이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 계통용 축전지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자료: 일본 총무성, 경제산업성, 각 기업 홈페이지, KOTRA 나고야 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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